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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짧아서 아쉽고 귀한 가을

모란이피는정원 2021. 10. 28. 14:34

언제부터인가 그랬다.

무더운 여름이 한풀 꺾이고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이는 가을이 오면

 

길가 공기가 눅눅함을 날려버리고 기분좋은 건조함에 한층 더 투명해지는 가을이 오면

 

아...이제는 좀 살겠다.

 

 

 

삶아지기 직전 가까스로 찜통을 탈출한 잉어 처럼

 

서둘러 바다로 돌아가서 시원한 물에 몸을 담그고 비늘 사이사이로 햇빛이 스며드는 가을을 마음껏 누려야지

 

해마다 신기록을 경신하는 한여름의 태양을 뚫고

 

힘들게도 장하게도

 

잘 찾아오신 님처럼. 좋은 내 님같은 가을

 

 

나의 서러운 이야기를 한풀이하듯 몇날 며칠을 털어내도

 

귀닫지 않고 지겨워하지 않고 몇날 며칠이라도 들어줄 것만 같은 가을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몇날 며칠 풀어낼 시간이 길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가을이 오면 결국은 오지만

 

오래 머물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어쩌면 몇 십년 후에는

 

아, 가을이란 좋은 계절이 잘 찾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구나 하고 느낄 날이 올지도 모른다.

 

너무 짧아서 너무 좋은 너무 그리운 가을이 왔다.

 

가을과 함께 좋은 시간 좋은 추억 많이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