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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까지 합세한 생애 첫번째 김장 월동준비^^

모란이피는정원 2021. 11. 22. 15:07

제 나이가 어느덧 반백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저는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서 어려서부터 집안 일을 거의 하지 않고 자랐습니다.

 

부모님이 막둥이라고 일을 거의 시키지 않았지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이쁨만 받고 자랐습니다. 존재 자체로도 부모님을 기쁘게 했다는...(죄송합니다. ^^::)

 

그러보니 결혼을 하고서도 아주 기본적인 반찬만 만들어먹고 거의 사서먹었기 때문엔 겨울 월동준비로 김장을

 

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않았습니다. 아니 꿈꾸기도 전에 어머니나 언니들이 만들어서 보낸 것을 저는 수고비

 

조로 적은 액수만 지급하고는 맛나게 먹는 것만 하는 무늬만 아줌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가니 늘 제 뒤에서 든든한 버팀목으로 계실 것만 같았던 부모님이 저 세상으로 가시는

 

슬픈 일도 겪고, 저도 철이 드는지 제 먹거리는 제 스스로 해결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니들에게 말만 하면 내몰라라 하는 분들도 아니지만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여, 김장에 도전을 해보기로 마음 먹은날 부터 유툽 선생을 끼고 살았습니다.

 

유툽 선생님이 얼마나 친절한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어떤 음식이라도 하지 못할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된 요 며칠 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김장을 하려고 마음을 먹고 일주일에 걸쳐 마트를 나가서 배추며 양념거리며 젓갈 등등을

 

사서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 과정이 조금은 설레었고 이런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내 자신이 조금은 낯설기도 하고

 

장하게도 느껴졌습니다. 배추 값이 얼만지...오르는지 내리는지도 통 몰랐던 내 자신이 파란 망에 든 두툼하게 살진

 

배추를 사서 집으로 돌아올 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뿌듯한 기분이 가슴을 화악 쓸어내리고 지나갔습니다.

 

 

이 사진은 김장 후 딸과 함께 커피 한잔 하러 간 양평의 구름정원 까페를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

 

날이 화창하고 따뜻한 날은 야외 좌석이 꽉 차는데  날이 추워지니 모두 안으로 들어가서 시간을 즐깁니다.

 

배추가 어찌나 튼실하던지..자르고 간하고 헹구면서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어요

 

배추를 자르면서 엉뎅이 부분을 너무 많이 잘라내서 배추가 낱낱이 떨어져나가는 아픔도 겪고...ㅠㅠ

 

- 잘못 배웠어. 잘못...

 

딸이 아무지게 김치를 치대모습, 그리고 더뎌..완성. ㅜㅜ

 

내, 딸은 내가 낳았지만

 

참 잘낳았다 싶은 딸입니다. 얼굴도 이쁘지만 마음씨고 곱고 재주도 많습니다.

 

나는 저런 딸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고 행복한지 모릅니다. ^^

 

우리 강쥐도 김장을 거들었어요. 턱 밑에 김치양념이 목도리처럼 묻어있네요. ㅠㅠ

 

이렇게 어슬픈 생애 첫 김장이 끝났습니다.

 

김장 후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고 무릎도 쑤셔댔지만, 첫 김치 치곤 맛이 꽤 좋아서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김치 냉장고에 김치를 넣고 나니...아, 세상 부러울 게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