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해, 3살이 된 강아지예요.
실은 이 나이는 사람계의 나이이구요.
우리 강아지계의 나이는 제가 현재 청년기라고 합니다.
제가 이 세상에 갓 태어났을 땐
털이 새하얀 눈송이 같아서 사람들이 저를 바라보면
눈이 부신다고 했었는데...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되었는지 지금은 털 색깔이 점점 갈색을 띄고 있어요.
아직은 하얀 강아지이지만 어느날 갑자기 황구가 되는 게 아닌가 해서
가끔은 속상하기도 해요.
그렇다고 황색이 뭐 나쁘다거나 보기싫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예요.
그냥 제 개인 취향이 하얀색이 좋다는 것 뿐이예요.
그래도 뭐, 제가 말년기에는 털이 황색이 될 운명이라면 기꺼이 그 운명을
받아들일 각오는 되어 있답니다.
털 색깔은 그렇다고 쳐요.
그런데 정말 제가 참을 수 없는 일이 있어요.
그건 실크처럼 멋있게 늘어진 제 새하얀 털을 제 허락도 없이
강아지 미용실
에 미용 예약을 하고는 준비도 안된 저를 어느날 갑자기 차에 태우고 가서는
털을 죄다 잘라버린다는거예요. 흑흑~ㅠㅠ
할머니께 떼를 쓰고 싶지만 저를 미용실에 맡기고 할머니는 뭐가 그렇게 바쁜지
휙하니 차를 몰고 가버립니다. 으앙~
저는 산책할 때 제 가늘고 긴털이 실크처럼 날리는 것을 좋아해요.
바람에 기분좋게 날리는 털의 감촉을 느끼며 산책하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그런데 털을 바짝 자르고 나면 뭐랄까?
탈의 감촉을 느끼기는 커녕 속옷 차림으로 밖에 나가는 것만 같아서 너무 슬퍼요.
그래서 털을 자르고 오면 거의 3-4일은 적응이 안되어서 삶이 힘들어요. ㅠㅠ
그래도 곰돌이 처럼 자르는 것은 그나마 참을 수 있는데요.
한번은 미용하는 할머니께서 실수로 제 털을 바짝 밀어버리는 사건이었어요.
저는 깜짝 놀랐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저는 짖었어요, 멍멍~~
할머니도 부르구요. 미용하시는 할머니를 제어시키기 위해서 그 할머니도 애타게 불렀어요.
그런데 결과는 껍질이 모두 벗겨진 곧 튀겨질 순간의 통닭처럼 제 모습도 전혀 다르지 않았어요.
제 피부가 벗겨지지 않은게 신기할 정도록 아주 바짝 밀려졌어요.
지금도 그 때 생각만 하면
아찔하고 너무 슬프고 화가 나요.
저를 찾으러 오신 할머니의 경악스런 표정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요.
그 해 겨울은 너무 길고 춥고 그리고 외롭고 아팠어요.
그렇게 좋아하던 산책도 싫어서 밖에 나가면 빨리 집으로 도망쳐서 돌아오고 싶었어요.
그 트라우마 때문인지 지금도 미용실에만 갔다오면 저는 아픈 것 같아요.
제발
저 한테
물어보고 털을 자르면
안되냐구요!
한번이라도 물어봐주시면 안되냐구요. !